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충격적인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코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입니다. 2015년 출간된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 은 한국 문학사에서 가장 논란이 된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습니다. 과연 이것은 사랑인가, 광기인가.. 책장을 넘기면서도 내가 읽고 있는 것이 지금 무엇인가.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인가. 수십 번씩 의심했습니다.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습니다.
나는 너를 먹을 거야. 너를 먹고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을 거야. 우리를 사람 취급 안 하던 괴물 같은 놈들이 모조리 늙고 죽고 병들어 죽고 버림받아 죽고 그 주검이 산산이 흩어져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도, 나는 살아 있을 거야. 죽은 너와 끝까지 살아남아 내가 죽어야 너도 죽게 만들 거야.
사랑이라 정의한, 그들의 극단적 행위
구는 생전에 담이 죽으면 자신이 담을 뜯어먹어 이별했음에도 이별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를 하는데, 그때 당시에는 조금은 기괴하지만 보통의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일 때 '너 없으면 못살아", "네가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 거야" 정도의 애정표현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한마디가 유언처럼 현실이 되었습니다. 구의 죽음 이후, 담은 그를 먹는 방식으로 장례를 치릅니다. 이 충격적이 내용이 그들의 사랑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서로를 먹는다는 것은 서로를 자신의 일부로 만들어 영원히 함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그것이 그들만의 사랑의 본질이었습니다. 처음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그 행위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영원한 사랑을 완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도덕적 기준을 뛰어넘는그들의 사랑이 한편으로 불편감을 주고 충격적일 수 있지만, 작가는 이를 통해 진정한 무엇인지, 갑자기 찾아온 상실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에게 사랑의 본질은 어떤 의미입니까.
애무하듯 입술과 혀로 내 얼굴을 핥다가 조금씩 뜯어먹으며 담은 울었다. 울면서 구야, 구야, 내 이름을 불렀다. 부르며 말했다.
너는 나를 왜 이토록 괴롭게 하니.
너는 나를 왜 이토록 고통스럽게 해.
내가 살아 있을 때, 담은 내게 너 때문에 괴롭다고 말한 적 없었다.
판도라가 항아리를 열었을 때 그 안에서 온갖 나쁜 것들이 빠져나왔대. 근데 거기 희망은 왜 있었을까. 희망은 왜 나쁜 것을 모아두는 그 항아리 안에 있었을까. 이 얘기를 담에게 꼭 해주고 싶었는데 해주지도 못하고 나는 죽었다. 희망은 해롭다. 그것은 미래니까. 잡을 수 없으니까.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끌어들이니까. 욕심을 만드니까. 신기루 같은 거니까. 이 말을 왜 해주고 싶었냐면, 나는 아무 희망 없이 살면서도 끝까지, 죽는 순간에도 어떻게든 살고 싶었는데, 그건 바로 담이 너 때문에. 희망 없는 세상에선 살 수 있었지만 너 없는 세상에선 살고 싶지가 않아서. 죽음은 너 없는 세상이고 그래서 나는 정말 죽고 싶지 않았어.
책을 '소화'하기 위한 뒤적임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마음속에서 무언가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 읽었음에도 더 읽어야할 무언가가 남은 느낌. 구와 담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느낌. 구를 먹은 것은 담이인데 마치 내 속에 불편한 무언가가 가득 찬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기분이 이어져 작가의 말을 다시 들춰보고, 출판사 리뷰를 읽었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최진영 작가는 작가의 말에 꼭 담고 싶은 말이 없다고 말합니다. 소설에 관해서라면 아무 생각도, 감정도 들지 않는다고, 텅 비어 버렸다고 말합니다. 이 문장에서 작가의 진정성과 소진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구가 담을 향해 서른 걸음을 걸으며 자신의 모든 생명력을 다 써버린 것처럼, 작가 역시 이 이야기를 통해 자신 안의 무언가를 완전히 소모해 버린 것 같았습니다. 작가가 '커다란 호밀빵처럼 커다란 덩어리를 부스러기 하나 남기지 않고 해치운 것 같다'라고 표현한 이 이야기에 독자들도 쉽게 소화할 수 없는 무언가를 담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도 책을 '다 읽었다'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제 안에 무겁게 남아 있습니다.
출판사 리뷰에서는 「구의 증명」을 더욱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리뷰에서는 " 회문(回文)처럼 영원히 같이 붙어 원의 둘레를 순환할 수밖에 없는 관계"로 설명됩니다. 구와 담은 단순한 연인 관계를 넘어선 운명적이고 필연적인 결합임을. 결국 그들은 '한' 사람이 아닌 '이' 사람,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존재였던 것이죠. 그래서일까요, 담이 구를 먹은 행위는 사랑을 넘어서 자시 자신을 지켜내려는 몸부림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상실에 대해. 남겨진다는 것에 대해
이 이야기는 충격적이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가 경험하거나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 사랑이야기 일 수 있습니다. 옆에 있음이 당연한 우리의 관계가, 사랑이 극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요. 우리는 상실에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 「구의 증명」출판사 리뷰를 읽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구의 증명 - 예스24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나는 너를 먹을 거야.그래야 너 없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어.사랑 후 남겨진 것들에 관한 숭고할 만큼 아름다운 이야기최진영 소설 『구의 증명』은 사랑하는 연인의
www.yes24.com
글을 마치며
「구의 증명」을 읽은 것은 편안한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끊임없는 혼란과 도덕적 판단의 경계선에서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점이 이 작품만이 가진 힘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최진영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묻습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어디까지가 사랑이고 어디서부터가 광기인가?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지만, 그렇기게 더욱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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