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바보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꽤 오랜 시간 저는 티스토리에 로그인하지 못했습니다.
작년 이사를 하고 일상을 정리하는 동안, 계정의 비밀번호는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멀어졌고,
다시 글을 쓰기 위해 로그인을 시도했을 때에는 연동해 두었던 카카오 계정마저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끈기 없이 그대로 덮어두었습니다.
블로그를 하지 않는다고 당장 삶이 흔들리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한때는 기록을 꽤 열심히 했었지'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정리하며, 그렇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기록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성격에 시간이 지날수록 설명하기 어려운 상실감이 남았습니다.
일상은 문제없이 계속 흘러갔습니다. 출근하고, 저녁을 먹고, 가끔 친구를 만나고, 주말에는 밀린 일들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들 사이로 무언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감정도 생각도 흩어져 버렸습니다.
이젠 어디에 기록해야 하지. 개인적인 노트에 적어 내려가는 글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을 곳에 쓰는 글은, 어쩐지 공허했습니다. 지독한 독립주의자라 생각했던 저 자신도 사실은 누군가와 연결되고 공감을 나누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블로그 계정을 다시 만들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왜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애정을 들인 만큼 미련이 남았었나 봅니다.
오늘도 사실 별다른 기대는 없었습니다.
그저 문득 떠올라 티스토리 메인 페이지에서 비밀번호를 몇 번 더 입력해 보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로그인이 되었습니다.
순간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쓴 글들을 하나씩 훑어보는데, 그때의 나는 이런 생각을 했구나, 이렇게 삶이 흘러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록은 참 신기합니다. 당시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던 감정들도, 시간이 지나 다시 읽으면 또렷하게 살아납니다.
그래서 기쁜 이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저는 원래 생각이 깊은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일들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생각을 깊이 하는 방법을 조금 터득했습니다.
생각하지 않으면 또 반복되어 겪을 일들이 두려워 살기 위해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많이 느끼고, 자주 흔들렸고,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들을 붙잡아 둘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그 역할을 해준 것이 기록이었습니다.
저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내면 깊은 곳까지 한참을 내려가야 합니다.
표면에 떠 있는 감정만으로는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내가 왜 슬픈지, 무엇이 불안한지, 어떤 순간에 위로받았는지를 정확히 들여다봐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나라는 사람을 조금씩 알아갔고, 사색 비슷한 것을 흉내 내며 침잠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은 고요한 심해속에 푹 잠겨 있는 기분입니다. 소란한 일상과 대비되어 좋습니다.
요즘은 너무 나만의 세계에 잠겨 있는 건 아닐까, 이러다 칙칙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스스로를 걱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각하고 기록하는 시간을 거듭할수록, 비어 있던 내면이 천천히 차오르는 느낌이 들어 저는 여전히 기록을 남깁니다.
2026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밝은 새해에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면서도, 결국은 혼자서 헤쳐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은 두렵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기쁜 일들이 한두 개 정도는 더 많아지길 바라봅니다.
새해를 거창한 계획으로 가득 채우고 싶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저 이 공간에 다시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잃어버렸던 습관을 되찾는 것, 멈췄던 대화를 다시 시작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믿습니다.
중심만 잃지 않는다면, 그리고 두 번 다시 계정 정보를 까먹지만 않는다면 연말의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해져 있지 않을까.
조용히, 그렇게 기대해 봅니다.
두서없이 천천히 다시 쓰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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